[우리동네 이야기] 우리나라엔 남산이 왜 이렇게 많을까?

임인규 승인 2021.05.12 13:32 의견 0

코로나 이전에는 중국, 동남아 관광객들로 주말마다 북적대던 곳이 바로 남산이다. 정상에 서 있는 남산N타워에서 서울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해발 270미터 정도의 산. 명동에서건 충무로에서건, 한남동에서건 접근이 용이해 가벼운 하이킹을 즐길 수 있는 시민의 산이다.

서울 N타워
벚꽃과 함께 봄철 최고 나들이 장소다

악산(거친 산)이 아니어서 그런지 수탈도 심했던 곳이다. 일제 시대에는 신사가 세워지고 동물원, 식물원까지 들어섰던 곳이며 군부정권 하에서는 피비린내 나는 고문의 상징으로 자리잡기도 한 곳이지만 나이가 지긋하신 택시기사님들에게는 신혼부부의 드라이브 코스로도 잘 알려진 한국역사의 아이러니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 바로 남산인 것이다.

원래 이름은 목멱산이라고 하는데 조선 태조왕이 이름지었다고 한다. 당시 나라의 평안을 비는 제사를 지낸 신당이 있었고 이를 목멱신사라고 하는데 지금도 케이블카 맞은편 남산둘레길을 따라 거닐다 보면 그 낯선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남산은 서울에만 있는 게 아니다. 경주에도 남산이 있고 부산에도, 전남 여수에도, 전북에도, 충청남북도에도, 강원도에도, 심지어 북한의 개성에도 남산이 있다. 심지어 전북 김제의 남산, 순창의 남산, 군산의 남산과 같이 한 지역에 여러 개의 남산도 있을 수 있다. 왜 이리 남산은 흔할까?

북산이나 서산, 동산은 없는데 왜 남산만 이리 많은지 궁금해 본 적이 없나? 경복궁을 중심으로 봐도 북쪽은 북악산 서쪽은 인왕산 동쪽은 낙산이라고 한다. 하지만 유난히 남산은 목멱산이 아닌 그냥 남산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 두가지 정도로 정리해 본다.

한양 옛 지도. 아래 빨간 원 안이 목멱산으로 나와 있다.


첫번째, ‘남’이라는 단어가 남쪽이라는 방향을 지칭하는 뜻 뿐만이 아니라 ‘나’의 앞에 있는 ‘남’이라는 뜻으로 사용되었을 것이라는 거다. 즉 남산은 내 앞에 보이는 산, ‘앞산’이라는 거다. 남산이 유독 많은 이유가 설명이 된다. 국어 사전에 ‘남’이 ‘앞’이라는 뜻이 보이지는 않지만 생각해 보면 일리가 있어 보인다. 북에 있는 산을 뒷산이라고 하지 북산이라고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 봄직하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짧은 기사가 있다. 원래 명칭인 목멱산도 사실 목멱(木覓)의 음이 '마뫼'라고 나온다. '뫼'는 산의 우리말이고 '목'의 음은 '마'로 이두식 표기며 '앞'이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목멱'은 '마뫼' 곧 '앞산'이라는 뜻이다. 남산도 사실 앞산이라는 뜻이니 결국 남산이나 목멱산이나 모두 앞산이라는 뜻인거다. 그러니 굳이 발음하기 어려운 마뫼나 목멱을 택했을리 없다. 그냥 남산이면 충분한거다.

두번째 설명은 도읍지와 관련이 있다. 태조가 목멱대왕으로 봉한 남산은 경복궁의 남쪽에 위치해 있다. 이렇듯 각 지방에도 중심지가 있었을 것이고 그 앞쪽이나 남쪽으로 보이는 산은 남산이라고 이름 지을 수 있다. 논리적인 얘기며 경주 남산이나 개성의 남산이 쉽게 설명된다. 물론 꼭 도읍과 같은 큰 규모가 아니라 지방에서는 해당 지역의 본거지를 중심으로 앞이나 남쪽에 위치한 모든 산이 남산이 되는 논리로 발전해 나갔을 것이다. 어원만이 아닌 지리학적, 역사적 설명이라 의미가 있어 보인다.

결론적으로 남산은 한문으로도 쓰일 수 있고 한글로도 설명이 되는 ‘남’이라는 단어에 그 비밀이 숨어 있다고 봐야 한다.

그 당시에도 우리 선조의 라임은 개쩔었다는 식의 뜬금없는 국뽕 멘트로 글을 갈무리 하고 싶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 말보다는 한자를 우선시했던 귀족계급의 문화로 인해 자주적인 생각과 이해가 어려워진 경우라고 봐야 정확할 것이다.

누가 남산이나 목멱산의 뜻이 앞산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나?

한 나라의 사상과 생각이 다른 나라의 문자 틀안에 갇혀 있다는 것은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다. '남산이냐, 목멱이냐, 마뫼냐, 앞산이냐'만 봐도 그렇다. 오해와 헷갈림의 연속이다. 이제부터라도 하나씩 바로 잡아 보려 한다.

무세이온에서는 일주일에 하나씩 기존에 이해가 어렵거나 익숙해져서 본 뜻을 지나치고 간 한자 혹은 외래어를 쉬운 한글로 풀이하는 <이번 주의 한글> '일감'을 진행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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