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이 되면 이제 공허한 목표를 잡아서는 안된다는 현타가 오는 나이다.

시험 뒤에 느끼는 가슴을 조이는 불안감은 더해져만 간다.
난 인서울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질문 자체가 잘못 되었다. 목표 설정을 해놓지 않고 하는 푸념일 뿐이다. 사실 현타가 와서 깨달은 모든 것(이 성적으로는 어림없어, 인서울 못하면 직업도 못얻을거야, 대학교나 갈 수 있을까, 못가면 끝장, 에잇 공부 그까이꺼 등등)은 중요할 거 같지만 하나도 중요한게 아니다.
그냥 이런 것들은 현상일 뿐이다. 한번 더 현타를 겪어서 이를 초월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을 거다. 불안감이 엄습해 오며 희망도 꺾이고 우울하고 자존감도 빙산처럼 하루하루 깎인다.

생애 첫번째 현타, 갈 곳이 없네 –> 사실이 아닌데 사실처럼 느껴진다.
‘대학을 목표로 잡지 마라’라고 하면 뺨맞을 이야기일 수 있지만 중요한 건 대학이 아니다. 왜냐하면 솔까 얘기해서 전체 수험생의 10%도 안되는 소수의 학생만이 자신이 바라는 대학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통계를 보자. 2021년도 기준 수험생은 재수생 포함 53만명이다. 4년제 대학은 209개 남짓 35만명 정도를 뽑는다. 일단 4년제를 갈 수 있는 숫자는 반에서 70%정도다. 눈치 빠른 애들은 전문대까지 합하면 수험생보다 모집인이 많다는 걸 알게 된다. 한마디로 얘기해 누구나 전문대를 포함해 대학은 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모집인원이 적어 대학을 많이 못갔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가? 요새말로 개이득이다.

문제가 어디서 발생하나? 바로 목표를 잘못 잡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원하는 바는 없고 학교만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서울대 하면 ‘와’ 했다. 이유는? 정말 현실적으로 얘기해서 대학을 어떻게 깽판을 치든 졸업하면 먹고 살 걱정이 없는 학교였기 때문이다.
요새도 그럴까? 다른 학교보다야 좀 낫겠지. 하지만, 경제 성장속도가 60~70년대 처럼 연 9% 막 이렇게 성장하지 않는다. 고작 1~2%다. 쉽게 얘기해 일자리가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는다는 거다.
그래서, 공시생이 그렇게 늘어나는 거다. 민간기업이 사람을 많이 채용하면 이윤이 안남기 때문에 정부가 세금 들여 껴안게 되는거다. 실업난으로 또 한번 경제가 무너지면 안되니까. 결국은 경제논리로 귀결되는 듯하다.

요즘은 어떤가? 학교를 불문하고 취직이 잘 안된다. 그만큼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이고 이건 당연한 현상이다. 예전처럼 물불가릴 틈이 없어진거다. 중소기업 가면 인간취급 못받을 거 같아 불안하고 결국 할 건 공시생이나 대기업밖에 없다.
‘제일 잘하는게 공부’인 세상이다.
저명한 강의를 보면 항상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게 있다. “시대의 흐름을 잘 읽어야 하고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남보다 빨리 더 열심히 개척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라는 거다.
자신이 원하는 걸 잘 모르겠으면 상담하고 상담하고 상담해야 한다. 끝도 없이 갈구해야 한다.

자 숫자로 돌아가서 자세히 살펴보면 좀 더 현타가 온다. 인서울 10여개 대학과 특수대학, 교육대학, 국립대학 등 소위 좀 이름 있는 대학의 숫자는 40개가 안된다. 뽑는 인원은 8만명 남짓이다.
아래의 명단을 보면 어떤 대학을 얘기하는지 대충 감이 올거다. 여러 대학별 순위를 참조해서 낸 자료이므로 호불호가 있을 수 있지만 대략의 느낌은 줄 수 있을 것이다. 믈론 학과에 따라 지명도가 완전히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아래 명단에 들지 않더라도 의예과 , 수의학, 한의학 등은 어느 학교에서나 인기가 좋다.
아래 학교의 입학정원은 8만명이 좀 못된다. 53만 시험생 중 8만등 안에는 들어가야 하는거다. 8만등이면 상위 16% 안짝에 들어야 하는거다. 반이 40명이면 7등 안이라는 얘기다. 재수생들도 있으니 좀 더 줄어든다.

이름만 보고 들어갔다 나올 때 현타 오면 어떻게 하려고?
얘기가 길어졌다.
제일 좋은 것은?
당연하겠지만 힘든 일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기준으로 학과를 알아보고 학교를 정하면 된다. step 1,2,3이다.
물론 위의 목록에 드는 학교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나중에 편학을 하겠다고 각오를 다지면 된다. 학비는요? 합격을 하고 걱정해라고 얘기하고 싶다, 언제 돈 벌어봤다고 그걸 걱정하나? 자녀의 뜻이 확고하다면 어떤 부모도 꺾을 수 없는 게 한국사회니 결국 자신의 결심이 1번이다.
거꾸로 학교를 정하고 점수에 맞게 학과를 정하면 나중에 그 모든 걸 책임져야 할 시기가 온다. 가능하면 지금 최선을 다해 먼저 하고 싶은 명확한 하나를 잡는 것이 좋다. 공시생을 준비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정말 스스로를 사랑한다면 지금 거지처럼 갈구해야 한다.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건데 비웃을 X 없다. 선생님, 부모님에게 도움을 받기를 주저하지 마라. 고등학생일 때 요구해야 된다. 심지어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걸 하면 좋겠냐고 물어봐라. ‘니가 알지 내가 알겠냐’하면 생각해 보라고 요구해라. 왜냐하면 그대는 지금 공부하기가 바쁘시니까. 들어보고 또 들어봐라. 그 중 마음 한구석 혹은 등짝 스매싱을 맞은 것처럼 때리는 게 있다면 전진해 봐야 한다.
또 한번 더 강조한다. 대학이 아니더라도 편입도 있고 독학사도 있고 반수, 재수, 삼수도 있으니 하고 싶은 일에 촛점을 두고 대학은 하나의 도구로 삼아야 한다. 아니면 대학 졸업할 때 또 한번의 현타가 올거다. 말했지? 인생은 현타의 연속이라고.

다 정리가 되었으면 이제 자기 점수보다 약간 더 높게 포진된 학교의 학과에 도전해보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고3이 아니라면 많게는 30점 정도까지 높은 곳을 바라봐도 된다.
이게 왜 현실성 있는 목표 설정법인가? 그 말에 이렇게 대답한다. 현실이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고 현재보다 낮은 목표를 잡는 것은 바보짓이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 하면 30점 정도는 커버가 된다. 최상위가 아니라면 올라갈 기회는 더더욱 많다. Half-glass empty 인간이 아니라 half-glass full 인간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