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밤, Vincent 그리고 ‘행복’

화가 빈센트 반고흐를 추모하는 노래로 잘 알려진 돈 맥클린의 ‘빈센트’란 곡입니다. 먼저 감상해보시죠.

제목은 몰라도 노래 첫구절만 들어보면 다들 ‘아~ 이 노래’ 할만큼 익숙한 노래죠.

첫구절의 별이 빛나는 밤이라는 구절은 라디오 프로그램의 심야방송 제목으로도 쓰이고 있으며 해당 디스크자키는 ‘별밤지기’라는 애칭까지 얻었죠.

‘빈센트’의 가사는 요즘 말로 라임이 쩝니다. 단락마다 라임을 보면 gray, day – hills, daffodils, chills – me, sanity, free – how, now – blaze, haze – grain, pain – you, true – inside, night – halls, walls – clothes, rose 까지 거의 시에 가까운 가사죠. 각 소절의 라임이 어떻게 곡을 감싸고 흐르는지 다시 한번 감상해 보면 감칠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사의 거의 대부분이 고흐가 그린 그림들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는 사실도 재미있는 감상포인트입니다. 별이 빛나는 밤이라는 그림이 중심이지만 그 외의 그림에 대한 얘기도 들어있습니다.

Starry, starry night (별이 빛나는 밤)
Paint your palette blue and gray (팔렛에 파랑과 회색을 칠해요)
Look out on a summer’s day (한 여름날을 바라봐요)
With eyes that know the darkness in my soul (내 영혼의 어둠을 보는 눈으로)

Shadows on the hills (언덕 위 그림자들)
Sketch the trees and the daffodils (나무와 수선화를 스케치해요)
Catch the breeze and the winter chills (바람과 겨울의 한기를 잡아)
In colors on the snowy, linen land (눈이 쌓인 리넨과 같은 땅 위에 색을 칠해요)

반 고흐의 iris. 가사의 라임 때문인지 수선화(daffodil)라고 가사에 썼지만 사실 iris, 즉 붓꽃입니다. 한국에는 창포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Now, I understand what you tried to say to me (이제야 어떤 말을 하려했는지 이해해요)
And how you suffered for your sanity (어떻게 맨정신으로 견뎌야 했는지)
And how you tried to set them free (얼마나 그들을 자유롭게 하려 했는지)
They would not listen, they did not know how (그들은 듣지 않았고 어떻게 이해할지도 몰랐어요)
Perhaps they’ll listen now (아마 이제는 알겠죠)

여러번의 자해소동 끝에 마을 주민들은 그를 병원에 보내길 바랬고 낙심한 채 스스로 생메리에의 병원에 들어갑니다. 그곳에서 탄생한 작품 130여개 중 하나가 바로 ‘별이 빛나는 밤’입니다.

Starry, starry night (별이 빛나는 밤)
Flaming flowers that brightly blaze (환한 불꽃마냥 타오르는 꽃들과)
Swirling clouds in violet haze (자주색 아지랑이 속 소용돌이치는 구름이)
Reflect in Vincent’s eyes of china blue (빈센트의 도자기마냥 푸른 두 눈에 비춥니다.)

삼나무가 있는 밀밭. 고흐의 작품에는 밀밭이 많습니다. 가사와 같이 누런 곡식의 들판에 세워진 삼나무는 죽음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Colors changing hue (색상을 달리하는 물감들)
Morning fields of amber grain (누런 곡식의 아침 들판)
Weathered faces lined in pain (고통으로 얼룩진 초췌한 얼굴들)
Are soothed beneath the artist’s loving hand ( 모두 예술인의 사랑이 깃든 손에서 편안해 집니다.)

– 후렴구

For they could not love you (그들은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지만)
But still your love was true (당신의 사랑은 진실했으므로)
And when no hope was left inside (아무런 희망도 남지 않았기에)
On that starry, starry night (그 별이 빛나는 밤에)

You took your life as lovers often do (연인들이 자주 그렇듯 당신은 생을 마감했죠)
But I could have told you, Vincent (하지만 빈센트 난 얘기할 수 있어요)
This world was never meant for one (이 세상은 당신과 같이)
As beautiful as you (아름다운 이를 감당할 수 없었노라고)

초상화가 걸려 있는 ‘예술가의 방’


Starry, starry night (별이 빛나는 밤)
Portraits hung in empty halls (텅빈 복도에 걸린 자화상)
Frameless heads on nameless walls (이름없는 벽에 걸린 프레임 없는 초상화들)
With eyes that watch the world and can’t forget (세상을 바라보는 잊을 수 없는 눈들)

원해 선홍빛이었던 ‘장미가 든 꽃병’ 빛에 민감한 안료로 인해 색이 바래졌다고 합니다.

Like the strangers that you’ve met (당신이 만난 이방인들처럼)
The ragged men in ragged clothes (누더기를 걸친 넝마주의 사람들)
The silver thorn of bloody rose (피처럼 붉은 장미의 은빛 가시)
Lie crushed and broken on the virgin snow (첫눈 위에 부서지고 파괴되어 떨어집니다.)

Now, I think I know what you tried to say to me (이제 당신이 무슨 말을 하려랬는지 알것 같아요.) 이하 후렴구 동일

—– 빈센트 반 고흐

감성파괴의 얘기인 것 같지만 사실 반고흐는 동생 테오에게는 엄청난 짐이었습니다. 평생 변변한 직업 없이 경제적 원조를 받는 신세였고 때마다 자해 등 소동으로 동생을 괴롭히죠. 건강이 좋지 않았지만 70도 이상의 값싼 독주인 압생트를 즐겨 마셨으니 멀쩡한 사람도 이상하게 될 거 같습니다.

자화상

—– 돈 맥클린

돈 맥클린은 선각자와 같은 예술혼을 불사른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한 예찬을 가사에 적습니다. 살아 생전 모두에게 버림받았지만 결국 그 가치를 인정받은 예술인의 혼을 같은 예술인인 돈 맥클린이 잘 살렸다고 할까요.

돈 맥클린 하면 ‘Amercian Pie’,’And I love you so’ 그리고 ‘Vincent’ 이 세 명곡이 떠오릅니다. 록앤롤 가수 ‘버디 홀리’를 추모하며 쓴 ‘아메리칸 파이’는 동명의 영화가 나오기도 했지만 내용은 판이하게 다른 것이었습니다. 돈 맥클린은 어릴 때 신문배달을 하면서 ‘버디 홀리’의 비행기 추락사고를 보고 ‘아메리칸 파이’를 썼다고 하는데요.

사실 아메리칸 파이는 60~70년대 밥딜런, 엘비스 프레슬리, 비틀즈, 롤링스톤즈 같은 당대의 뮤지션과 정치상황을 언급하는 아주 난해한 가사로 유명합니다. ‘빈센트’와는 결이 다르기도 한데 영미권에서는 전설적인 노래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난해한 가사에 대해 해석을 하는 웹사이트까지 만들어졌죠. 사람들의 관심은 후렴구의 ‘Bye bye Miss American Pie’가 대체 누구냐에 쏠렸지만 정답은 아직 아무도 모르는 것 같네요. 여하튼 이 곡으로 인해 돈 맥클린은 더 이상 일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하며 심지어 자필 가사는 1백2십만불의 가격으로 팔리기도 했습니다.

곡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돈 맥클린은 하이피치의 아련한 떨림을 가진 독특한 바이브레이션과 빠른 박자에서 파워풀한 면도 보여주는, 포크송 가수였지만 록앤롤 비트도 어울리는 그런 음악가입니다.

아 .포크송이란 건 전자음이 없는 어쿠스틱 기타나 악기를 베이스로 하는 음악을 얘기합니다. 미국에서는 ‘사이먼 앤 가펑클’, ‘밥 딜런’, 한국의 윤형주, 송창식의 ‘트윈폴리오’, 양희은, 김광석 등이 유명합니다. 요즘 들어 소위 ‘K-pop 경연’에도 기타를 가지고 등장하는 가수들이 굉장히 많죠. 화려한 MR보다 소박한 기타 연주에 목소리를 살어 충분히 가사를 전달한다는 점이 돋보입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80년대 MTV에서 Unplugged라는 시리즈로 제작되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BTS도 등장합니다. (참고 : Unplugged 전체가 포크송이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당대에 원곡가수가 살아 있는데도 엘비스 프레슬리, 페리 코모, 셜리 벳시 등이 다시 불러 히트쳤던 ‘And I love you so’도 참 특이한 노래입니다. 부르는 사람마다 다른 느낌을 주는 이상한 매력이 있죠.

하지만, Vincent는 역시 젊은 날의 돈 맥클린이 부르는 버젼이 영원히 사랑받고 있는 듯합니다. 맥클린은 어느 날 반 고흐에 대한 책을 읽고 예술가에 대한 노래가 없다는 걸 깨닫습니다. 그리고 곡을 대충 써서 동네 애들이 놀던 곳에서 좀 떨어져 앉아 불러봤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조용히 듣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아 이거 되겠구나’하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 두 위대한 예술가의 다른 삶을 보고 이런 질문을 해봤다.

이 글은 두 명의 예술가를 다루고 있습니다. 한 명은 생전에 세상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받았지만 사후에 불멸의 이름을 얻었고 다른 한 명은 돈과 명예를 다 차지한 아직도 대중에게 사랑받는 가수입니다.

한번쯤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입니다. 사회 안에서 개인적인 성공, 물질적이건 아니건, 스스로의 성공을 위해 뛰어갑니다. 예술가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하지만, 성공한 예술가들만 봐서 그렇지 사실 사회적으로 명성이나 부를 쌓은 예술가들은 손가락에 꼽을 만큼 적은 숫자입니다.
하지만, 예술가들은 끊임없이 자신만의 길을 갑니다. 글이건 노래건 그림이건 조각이건 심지어 뱅크시와 같이 남의 담벼락이건… 이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소셜미디어가 발전한 요즘 가수도 모델도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합니다. 그리고 그걸 팔아 전공을 한 미술가나 음악가보다 더 돈을 많이 벌기도 하죠. 그럼 현대에서 예술의 위치는 어디에 있나요?
수많은 예술가는 중도에 펜을 꺾거나 붓을 내려 놓습니다. 전기차가 다니고 우주왕복선이 날아다니는 미래에도 예술은 의미가 있는 걸까요?
삶은 유한한 것입니다. 삶의 의미는 개인마다 다를 수 있죠. 정말 나에게 의미가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죽음을 앞두었지만 동생에게 반 고흐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뭔가 시도하지 않는다면 우리 삶은 무슨 의미가 있겠니?”
우리는 오늘 뭔가 시도해 봤나요?

예술은 모두가 한 방향으로 걸어갈 때 한 번씩 뒤돌아보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사회적인 개체로만 정의할 수 없는 ‘나’란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도 하죠.

—– 행복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하지만,…

빈센트는 정말 맥클린의 가사마냥 고통받은 영혼이었을까요? 동생 테오와의 편지 중 이런 구절들이 보입니다.

돈을 아끼끼 위해 무료급식소에서 밥을 먹는다고 편지에 쓰며

‘남자에게 버림받은 임신한 여자를 만났다. 난 그녀의 집세를 내주고 빵을 나눠 둘을 살렸다. 내가 깊은 좌절을 이길 수 있었던 건 내가 뭔가 쓸모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느낌 때문이지’

‘사람들이 내 그림을 보고 이 화가가 얼마나 고뇌했나를 알아봐 줬으면 좋겠다. 비록 나는 사회적으로 아무런 지위도 없는 최하층 중의 최하이지만.’

동생에게 솔직했던 형, 테오도 마찬가지로 형을 존경하고 사랑했죠. 불행한 삶을 산 것만 같지만 정신병원에서도 붓꽃을 그리며 만일 그 날의 작화가 잘 되었으면 엄청 기뻐했다고 합니다.

‘뭔가 시도하지 않는다면 우리 삶은 무슨 의미가 있겠니?’

행복은 우리가 느끼지 못하면서 스쳐가는 일상일 수도 있고 목표를 달성했을 때 척추를 관통하는 짜릿한 만족감일 수도 있으며 한순간 만족되지만 이내 사라지는 쾌락일 수도 있습니다. 가능하면 꾸준한 만족감을 얻으며 사는 것이 좋겠죠.

하지만, 궁극적으로 행복이란 과연 뭘까요?

사소하지만 의미가 될 수 있는 뭔가를 시도해 본다는 그 자체가 바로 행복한 감정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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